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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저자: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l 출판사: 동양북스 l 판형: 152x223 l 발행일: 2022.02.21 l ISBN: 979-11-5768-779-4 l 페이지: 360 l 난이도: 중급

 

정가: 21,500원





추천글
“영어 글쓰기 지침서의 고전으로 남을 책” _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퓰리처상 픽션 부문 수상 작가
“영어 문장에 대한 뛰어난 감식안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쓰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 놀라운 책” _조지 손더스 맨부커상 수상 작가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와 E. B. 화이트에게 작별을 고한다. 현대 영어 글쓰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 책은 촌철살인의 문장과 지성이 번뜩이는 명저다.” _존 미첨 퓰리처상 전기/자서전 부문 수상 작가
“작가라면 컴퓨터 옆에 둘 참고서로 한 권, 재미로 읽을 머리맡 책으로 한 권 더 구입하자.” _에이미 블룸 전미도서상 픽션 부문 수상 작가
“무조건 사서 읽어라”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오만하지 않은 위엄을 갖춘 책. 어학책이란 응당 이래야 한다.” 《이코노미스트》
“영문법과 표기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독보적인 존재” 《뉴욕 매거진》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날카롭고 재미있는 영문법 지침서” 《뉴욕타임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게 되는 귀한 영어 참고서” 《퍼블리셔스 위클리》
“책장을 넘길 때마다 명석함과 탁월한 감각이 빛난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타임> <오프라 매거진> <페이스트> <셸프 어웨어니스> 올해의 책
<피플> <가디언> <퍼블리셔스 위클리> <월스트리트 저널> <이코노미스트> <뉴욕매거진> 추천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영문 교열하는 법’

  저자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을 비롯해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글을 수십 년간 다듬어 온 교열자다. “인생의 절반은 쉼표를 떼어 내는 일에, 나머지 절반은 떼어 낸 쉼표를 다른 자리에 붙박아 두는 일에 바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오랜 세월 동안 영어 글쓰기 규칙을 충실히 따랐지만, ‘교열계의 뒷방 늙은이’나 ‘꼰대 교열자’로 남아 한물간 규칙을 고집하는 고리타분한 원칙주의자인 건 아니다. 영어 사용법과 글쓰기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법을 실시간 공유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SNS 인플루언서인 만큼 외려 그 반대에 가깝다. 그는 정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글쓰기 지침서들이 금기시하는 원칙들을 과감히 깨고 작가답게 예술가의 기교를 발휘하며 쓰는 것이 최선이라 말한다(소설이라면 더더욱). 왜냐고? 언어란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언어에 가장 민감하다고 해도 좋을 출판 현장의 제일선에서 그 변화상을 지켜봐 온 저자는 세월이 흐르면서 쓸모가 없어진 원칙이 있는 반면 여전히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산증인이다. 더욱이 온라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쓰기 원칙과 영어 용법은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끝까지 사수해야 할 합당한 글쓰기 원칙과 이제는 버려도 괜찮은 규칙, 지금껏 잘못 써 온 용법과 여전히 혼동하는 표현들, 새로 도입된 어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역사와 대중문화, 문학작품, SNS에서 가져온 풍부한 예시들과 특유의 유머 감각이 빛나는 설명을 곁들여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실용적인 영어 글쓰기 지침서를 펴냈다.


영어 글쓰기의 기본 원칙부터 문장부호 사용법,
문장을 망치는 문법 오류와 작가들도 혼동하는 영단어까지
영어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

  교열자가 건네받는 원고에는 문맥에 어울리지 않은 단어와 오자와 탈자, 비문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최종 인쇄본, 즉 상품으로 완성된 책을 들여다보면 저자와 무수한 메모를 주고받으면서 “색색깔의 펜으로 승부를 펼치듯” 모종의 대화를 나누며 저자의 문장을 몇 번이고 다듬고 수정했을 교열자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다. 독자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는 한마디 한마디가 온전히 저자의 것이리라 넘겨짚는다. 그런 착시 효과가 일어날 때, 쉽게 말해 독자의 눈에 띄지 않을 때 교열자의 임무는 비로소 완수된다. 독자는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운 글은 금세 알아채지만 정교하고 치밀한 글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열자의 우선적인 역할은 “‘자기가 더 잘 안다며 출판사에 분노의 항의 이메일을 써 보내는 사람들’로부터 저자가 부당하게 또는 합당하게―이건 뼈아픈 경우지만―잔소리를 듣는 일을 피하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영문법과 표기법 오류, 저자가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단어를 잡아내는 단순 기술은 교열의 기본기다. 교열이 기술을 넘어 기예의 반열에 오르려면 교열자가 “글을 경청”하는 능력을 갖추는 한편으로 저자의 alter ego(또 다른 자아)가 돼야 한다. 교열은 “저자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자신이 저자였다면 문장을 어떻게 다듬고 바꾸고 썼을지를 짐작하면서 그 망할 문장을 657번째 읽으면서 다듬고 바꾸고 쓰는 일”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이유다.
  유명 작가들도 문법 오류를 범하고 맞춤법을 틀리며 문장부호을 잘못 쓰고 문맥에 맞지 않는 어휘를 고른다. 이렇게 수정할 일이 생기면 교열자는 작가와 기 싸움을 벌이거나 ‘밀당’을 할 때가 많다. 명백한 문법 오류를 그대로 두라고 고집하는 작가도, 이탤릭체를 정중히 사양하는 작가도, 문장을 수정하는 게 좋겠다는 교열자의 의견을 묵살하며 “빌어먹을 당신 책에서나 그렇게 쓰든가”라고 휘갈겨 써 보내는 작가도 있다.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건 교열자도 마찬가지다. 저자 역시 사람 이름, 지명, 상표명 같은 고유명사를 틀리게 써서 인쇄 사고로 이어졌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년 간 정리해 온 고유명사 목록을 자백하듯 이 책에 공개한다.


작가도 교열자도 꼭 알아야 할
영어 글쓰기의  기본

  하지만 내로라하는 작가들도 전문가의 교열을 안전망으로 생각하며 교열자와 기꺼이 협업한다. 저자는 어떤 규칙이 무시해야 할 헛소리고 어떤 규칙을 금언으로 삼아야 하는지, 내가 쓴 영문을 다듬을 때 알아야 할 최소한의 원칙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영어 글쓰기의 기본 원리를 다시금 강조한다. 또한 단수형 대명사 they(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한 명의 개인을 they로 지칭하는 것)의 사용이나 남자는 candidate, 여자는 female candidate라고 쓰는 경향을 예로 들어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성인지 감수성이 언어에 반영되는 현상 등을 살피며 영어 용법의 현주소를 짚어볼 뿐만 아니라 글이 생산되는 현장의 한복판에서 ‘쓰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실천이 언어의 진화와 퇴보를 어떻게 주도하고 있는지, 글 쓰는 이들의 위력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비단 기성 작가와 전문 교열자 들에게만 해당되는 조언은 아니다. 저자 말대로 우리 모두 잠재적 저자이거나 이미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무언가를 쓴다. 제품 후기와 학교 과제를, 업무 공지와 편지를, 온라인 게시물과 일기를 쓴다. 이메일은 일상적으로 쓰고, 전문적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남의 글을 고치며 먹고살아 온 저자의 경험상 모두들 더 잘 쓰고 싶어 한다. 자신의 글이 눈에 띄길 바라며 더 명료하고 더 세련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고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실수를 줄여야 한다. 쓰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지침서는 이미 넘치지만 이 책은 책장에 고이 모셔둔 채 잘 들춰보지 않는 벽돌책의 운명은 단호히 거부한다.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고 싶은 지침서는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일 테니 말이다.


 300자 소개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영어 글쓰기 비결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을 비롯해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글을 수십 년간 다듬어 온 교열자인 저자가 작가들과 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 대중문화, 문학작품, SNS에서 가져온 풍부한 예시들을 곁들여 위트 넘치는 화법으로 써내려간 실용적인 영어 글쓰기 지침서. 저자는 쳐내야 할 동어 반복 표현, 문장 부호 사용법, 문법 오류, 자주 틀리는 영단어, 숫자 표기하는 법, 작가들도 혼동하는 영단어, 교열자도 틀리는 고유명사 등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글쓰기 요령부터 소설 원고를 ‘경청하는’ 법, 금언으로 삼아야 할 글쓰기/교열 원칙, 영단어와 용법에 대한 단상 등 구절구절 곱씹어 읽고 머릿속에 새겨둘 만한 뜻 깊은 조언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고두고 찾아볼 참고서로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로도 손색이 없는 독보적인 지침서를 펴냈다.




 저자 소개 

지은이 벤자민 드레이어 Benjamin Dreyer
미국 랜덤하우스 출판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편집관리국장과 교열국장을 겸하고 있다. 프리랜서 교정교열자로 출판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1993년 랜덤하우스 출판사에 제작편집자로 입사한 후 마이클 셰이본, 에드먼드 모리스, 수잔 로리 팍스를 비롯한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과 마이클 폴란, 피터 스트라우브, 캘빈 트릴린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총괄 제작했다. E. L. 닥터로, 데이비드 에버쇼프, 프랭크 리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같은 미국 대표 문장가들과 협업했으며 셜리 잭슨의 미발간 작품집을 교열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를 졸업했고 현재 뉴욕에서 살고 있다.

옮긴이 박소현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편집자 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책 속에서 

  교열자는 오탈자를 수정하거나 문장부호를 고치거나 주술 호응(주어 동사 수일치)을 바로잡는 일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대개는―거의 시종일관―저자의 글을 더 신중하게,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없어도 무방한 단어를 쳐내고 지나치게 조밀한 문장에는 단어를 여기저기 끼워 넣고 단락을 재배치해 논거를 더 탄탄하게 만들고 저자가 남용하는 형용사나 부사를 잡아냈다. 문장이 다소 어설프거나(여백에 “저자께AU: 어색하지 않을까요?라고 적어 둔다) 표현 방식이 식상하고 진부하다는(“저자께: 상투적인 표현은 아닐까요?”) 의견을 보태는 것도 교열자의 일이었다. 이미 숱하게 같은 지적을 했거나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너무 뻔한 경우에는 그냥 문장 전체에 빨간 줄을 긋고 여백에―나는 월권이 아닌가 싶었지만―“저자께: 우리도 다 압니다”라고 적어 둔 경우도 있었다._본문 11~12쪽

다음 단어들을 쓰지 않고 일주일만 버텨 보자.

very     rather     really     quite     in fact     just     so     pretty     of course     surely     that said     actually

‘쓸데없는 강조어와 목청 가다듬기용 단어’에 해당하는 이 표현들을 평일에 쓰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말할 때 쓰지 말란 소리는 안 하겠다. 그랬다간 대다수는, 특히 영국인들은 벙어리가 되고 말 테니까―주말쯤엔 글쓰기 실력이 크게 향상돼 있을 것이다.
  뭐, 좋다, 얼마든지 써라. 문장 하나를 쓰려고 할 때마다 손에 쥔 펜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썼으면 되돌아가 삭제해라. 하나도 남김없이 죄다 없애라. 앙증맞다느니 안쓰러워 보인다느니 하면서 마지막 하나를 남겨 둘 생각은 마라. 삭제하고 남은 문장이 뭔가 허전해 보인다면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 줄, 더 힘 있고 더 나은 표현을 찾아라._본문 20~21쪽

나는 바람직한 규칙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규칙은 어기라고 있는 것’이라는 신조를 신봉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단, 일단 규칙을 익힌 다음에야 그렇다는 말이다.
  여기서는 내가 꼽은 ‘영어의 위대한 비원칙nonrule’을 살펴보려고 한다. 여러분도 이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 학창 시절에 배웠을 텐데, 이제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 버려라. 백해무익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런데 왜 ‘비원칙’이라고 부르냐고? 내가 보기엔 당최 도움이 안 되며 불필요한 제약이 많고, 무책임한 데다 쓸모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은 그 기원이 미심쩍다. 하늘에서 뚝 떨어져 전해지다가 웬만큼 신뢰를 확보하더니 종국에는 고착화되는 식이다.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언어 전문가들이 이를 불식시키려 수년 동안 갖은 애를 썼지만 이 허구의 원칙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키스 리처즈와 믹 재거보다 더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다. 노인이 된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친 것보다 더 끈질긴 생명력으로 말이다. 한 가지 문제는 이 가운데 몇몇은 애초에 명색이 언어 전문가라는 자들이 좋은 뜻으로 만들어 냈으리라는 점인데, 그런 이유로 이를 일소하는 건 개가 제 꼬리를 쫓지 못하게 애쓰는 것처럼 아무 소득도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비원칙들을 순리대로 깔끔하게 처치하려 한다. 독자 제위는 내가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쳤음을 철석같이 믿고 기쁘게 작별을 고하면 되겠다.(중략)
  한 가지 고백하자면, 교열자로서 내가 하는 일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자기가 더 잘 안다며 출판사에 분노의 항의 이메일을 써 보내는 사람들’로 부터 저자가 부당하게 또는 합당하게―이건 뼈아픈 경우지만―잔소리를 듣 는 일을 피하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기원이 다소 미심쩍을지라도 해가 될 리 없는 원칙은 웬만하면 따르자는 편이다. 더불어 아래에 설명할 비원칙들 은 워낙에 순 헛소리임에도, 이를 어기면 일부 독자 제위와 훈수 두길 좋아 하는 온라인 ‘댓글러’들이 경멸조로 여러분의 문장 구사력을 하수 취급할 것임을 미리 경고해 둔다. 그러거나 말거나 보란 듯이 이 원칙들을 배반해 라. 재미가 쏠쏠한 건 말할 것도 없고, 나도 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_본문 24~26쪽

격식을 갖춘 글쓰기에서는 축약형을 쓰면 안 된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운 화성인이라면 이 원칙을 지켜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don’t, can’t, wouldn’t를 비롯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축약형은 조금도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축약형을 쓰지 않을 경우 대개 글이 딱딱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다만 I’d’ve, should’ve 유의 축약형은 가벼운 글이 아닌 다음에야 지나친 감이 있다. 신도 축약형에 쓰라고 아포스트로피를 창조한 것이니 아포스트로피도 축약형도 요긴하게 써먹길 바란다.
그리고 should’ve가 나온 김에 말인데,




원래 올바른 표기법은 should have(could have, would have 등등)다. 하지만 자신이 플래너리 오코너나 조라 닐 허스튼, 윌리엄 포크너와 동급은 아니지만 이들처럼 등장인물의 말투에 특색을 더하고 싶다면―(중략)―부디 should’ve, could’ve, would’ve 등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_본문 31~32쪽

겉보기로는 의문문이지만 사실상 질문할 의도가 아니라면 주저하지 말고 마침표를 찍어라. 이 경우 답변을 요구하지 않는 진술문으로 본다._본문 44쪽

한 가지 일러두자면, 쉼표는 만능해결사가 아니고 하물며 연속 쉼표는 말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 연속 쉼표를 옹호할 목적으로 마지못해 인용할 때 가 많은, 『더 타임스The Times』에 실렸다고 소문난 문장이 하나 있는데, 나로선 이제 보는 것도 넌더리가 나지만 연속 쉼표를 옹호하기에는 오히려 부적절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므로 또 한 번 마지못해 인용하는 바다. 그럼,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지막으로 보는 자리이길 바라며 여기에 싣는다.
Highlights of his global tour include encounters with Nelson Mandela, an 800-year-old demigod and a dildo collector.
그의 세계 순방 중 주요 행사로는 넬슨 만델라, 즉 800세의 반신반인이자 딜도 수집가와의 접견이 포함돼 있다.
이게 웬 조화란 말인가? 혹자는 짐짓 재밌어하며 ‘넬슨 만델라가 팔백 살 먹은 반신반인에 성인용품 수집가라니?’라고 생각할 것이다._본문 46쪽

삽입어구 연쇄 남용자로서 충고하는데, 삽입어구를 남발하지 마라. 더욱이 억지웃음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면 말이다. 수줍게 내뱉는 느낌의 쓸데없는 방백이 지나치게 많으면 마치 왕정복고 시대의 희극을 펼치는 중에 각광 쪽 으로 걸어 나와 입을 가리고는 관객에게 속삭이듯 직접 말을 걸던 화려한 차림의 배우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게 자주 말을 걸다간 관객도 극의 요점을 놓치는 법이다._본문 74쪽

여기서 잠깐 [sic]원문 그대로임에 대해 살펴보자. sic은 thus그러므로, 따라서를 뜻하는 라틴어로―전통적으로 이탤릭체로 표기하고 항상 대괄호로 묶는다―인용하는 말에 철자 오류나 그 외의 오류가 있음을 알지만 원문을 살리기 위해 고치지 않고 그대로 표기했으니 그 말을 인용한 글쓴이가 범한 오류는 아님을 독자에게 분명히 밝혀 둘 때 쓰는 부호다. 옛날식 표현으로 도배된 17세기 글을 원문 그대로 들입다 인용할 경우 도입부 어디쯤, 아마도 일러두기나 각주란에 그 고색창연한 해당 구절을 전혀 손대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 두는 게 좋다. 그러면 [sic] 이 난무할 필요가 없다. 독자들이 오독하거나 오해할 만한 오류, 특이점이 있어서 간간이 [sic]을 쓰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간혹 논픽션 작가들은 옛 말투로 된 글이나 이상한 표기법을 쓴 글을 숱하게 인용하면서 구식 철자법이나 오자, 불규칙적인 대문자 사용, 이상하거나 누락된 문장부호 등을 몰래 고친다. 나는 이런 관행의 열혈 지지자는 아니지만―그런 묘한 정취를 간직했을 때와는 달리 글이 영 재미없어지므로―학술 서적이 아니라 대중 독자층을 공략하는 논픽션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시 말하지만 그럴 작정이라면 미리 독자에게 알려라. 작가라면 응당해야 할 일이다.
인용문이 헛소리라고 헐뜯을 심산으로 [sic]을 사용할 생각은―절대―하 지 마라. 철자 오류 이상의, 인용문의 메시지 자체를 공격하려는 속셈이라면 말이다. 원저자의 판단력이 의심스러우니 이 기회에 흉이나 보자 싶겠지 만, 판단력이 의심스러워 보일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 말을 인용하는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 글은 I’M WITH STUPID나는 바보랑 같이 다닌다라고 적힌 티셔츠와 비슷하고, 그만큼 바보스러워 보인다._본문 77~78쪽

대화체는 따옴표로 표기한다. 따옴표를 쓰지 않는 작가(E. L. 닥터로, 윌리엄 개디스, 코맥 매카시가 곧장 떠오른다)도 있는데, 한마디만 하겠다. 이 경지에 오르려면 서술narration과 대화체를 자유롭게 넘나들 줄 아는 대가가 돼야 한다._본문 80쪽

여섯 단어를 연달아 이탤릭체로 표기한다고 해서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리진 않겠지만, 두 문장 이상을 이탤릭체로 표기하는 건 말리고 싶다. 우선 이탤릭체는 눈을 피로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탤릭체로 된 단락이 몇 개씩 이어지면 꿈속 장면을 연상시키고 독자들은 으레 꿈속 장면은 건너뛰고 싶어 한다._본문 81쪽

60.
만일―이 조언은 다소 가벼운 글이나 대화체에만 해당된다―문장의 형태가 의문문이지만 의미상 의문문이 아니라면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문장을 종결해라. That’s a good idea, don’t you think?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안 그래요?는 That’s a horrible idea, isn’t it.별 끔찍한 생각을 다 하네.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61.
느낌표는 적당히 써라. 느낌표가 과하면 윽박지르며 완장질하는 느낌이 들고 종국에는 질리는 법이다. 책 한 권당 느낌표를 열두 개 이내로 쓰라고 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평생 열두 개 이내만 쓰라고 주장하는 작가도 있다.
62.
그렇긴 하지만 Your hair is on fire!당신 머리에 불이 붙었어요!처럼 격한 어조를 나타낼 때 느낌표를 붙이지 않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머리카락이 활활 불타고 있는 사람이 그 말을 안 믿을 테니 말이다. What a lovely day!날씨가 어찌나 화창한지! 같은 감탄문에도 감탄부호가 아닌 마침표를 찍으면 비꼬는 말처럼 들리거나 침울한 분위기를 풍길 수도 있다.
63.
열 살이 넘었고 만화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문장을 종결할 때 느낌표나 물음표를 두 번씩 쓰지 마라.
64
!? 또는 ?!은 거론하지 말자. 절대로 쓸 일이 없을 테니._본문 96~97쪽

아라비아 숫자로 문장을 시작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절대 불가인 예
1967 dawned clear and bright. 1967년이 밝았다.
좀 낫지만 그렇다고 썩 좋은 건 아닌 예
Nineteen sixty-seven dawned clear and bright.
그보다 낫지만 동어 반복인 예
The year 1967 dawned clear and bright.
훨씬 좋은 방법은 이거다
Recast your sentence so it needn’t begin with a year. It shouldn’t take you but a moment.
연도로 시작하지 않는 문장으로 다시 써라. 1분이면 된다. _본문 102쪽

어떤 원칙을 따르든 숫자를 표기할 때 중요한 건 정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저자가 “취업 시장에 뛰어든 대졸자를 위한 열두 가지 유용한 수칙 을 전한다”라는 문장을 썼다면 교열자는 개수부터 센다. 열두 가지를 열거 하겠다고 말해 놓고 막상 세어 보면 열한 가지만 있는 경우가 예사기 때문이다. 간과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안 그러면 ‘문장부호 사용법 67가지’ 라고 써 놓고 66가지만 나열한 것도 모른 채 그냥 넘어갈 테니. 3장에서 38 번째 항목은 일부러 빠뜨렸는데, 누구 알아챈 사람?_본문 106쪽

이와 관련된 진정한 논쟁거리는 theatre다. 미국 극장 대다수가 이 표기를 따를 만큼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고, 재차 말하지만 고유 명사는 존중해야 한다. Shubert Theatre슈버트 극장, St. James Theatre세인트 제임스 극장 등 대다수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Theatre라고 표기한다. 하지만 -re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가령 맨해튼 업타운에 있는 Lincoln Centre Theater링컨 센터 극장와 다운타운에 있는 Public Theater퍼블릭 시어터가 그렇다(『뉴욕타임스』에 단단히 따질 일이 하나 있는데, 이 신문사는 미국과 영국을 가리지 않고 극단이든 극장이든 자기네 입맛에 맞게 전부 theater로 고집스레 표기한다. ‘런던국립극장’마저 집요하게 National Theater라고 표기하는 행태는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 처사다. 이름을 제멋대로 바꾼 셈 아닌가).
연극은 theatre에서 상연되고 영화movie는 theater에서 상영된다거나(그렇다. 미국에서는 cinema라고 하지 않는다) 극장 건물은 theater, 공연예술은 theatre로 표기한다고 우기며 요지부동으로 theatre를 사수하는 미국인들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응수한다. -re를 쓰면 더 고급스럽게 들릴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제 그만 좀 하지?_본문 114~115쪽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지식이 눈앞에 펼쳐지는 시대가 아니었던 먼 옛날, 인터넷이 등장할 날이 아득했던 그 시절에 작중 배경이 1960년대 초반으로 설정된 소설을 교열한 적이 있다. 얼핏 버거킹을 언급한 대목을 보고 여백에 ‘저자께: 1960년대에 버거킹이 있었던 게 확실한지 확인 바랍니다’라는 메모를 남겨 놓았다. 그러자 작가는 마지못해 Grilled Sandwich Shack 어쩌구 하는 명칭을 새로 지어냈는데, 나중에 털어놓길 버거킹의 역사를 꼼꼼하게 조사한 것도 사실이고 1960년대에 버거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나보다 먼저 이 원고를 읽은 사람마다 같은 질문을 하는 통에 사소한 일로 공연히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업체명을 바꾸었다는 것이다._본문 147쪽

대체로 작가들은 내가 권하는 수준보다 더 과하게 대명사에 의존한다. 대명사 교열 요령은 ‘글쓰기는 말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하라’로 요약된다. 입말에서는 모호한 he와 she가 빗발쳐도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만 글의 경우 대명사가 지나치게 많으면 혼란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한 문장 내에서 두 사람을 똑같은 대명사로 지칭하는 건 피하라고 강권 하는 편이다. 아니, 툭 까놓고 말하면 한 문장이 아니라 한 단락 내에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내가 아는 퀴어 로맨스 소설 작가 몇몇은 이 문제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다 자주 눈물까지 쏟는다). 물론 등장인물을 이름으로 지칭하는 방법이 한 가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일견 저자 입장에서는 일곱 문장에 걸쳐 예컨대 Constance라는 이름을 세 번이나 호명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열자 입장에서는 대명사 she가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독자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론 대명사를 남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작법의 토대라고 생각하며 이 기초 작업은 되도록 독자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한 단락이 온갖 이름과 대명사로 도배돼 좀 지나치다 싶다면 태세를 전환해 둘 중 하나라도 덜어 낼 수 있도록 문장을 수정해 라. 까다로운 작업이긴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힘 있는 글로 다듬을 수 있으니 그만한 가치가 있다._본문 147~148쪽

∞ 전율을 느낄 정도로 적확하고 독창적이며 이거면 완벽하다 싶은 형용사를 떠올렸을 때 너무 흡족한 나머지 부지불식간에 곧바로 반복해 쓰는 경우가 있다. 가령 27쪽에서 묘사하는 말로 형용사 benighted무지몽매한를 썼다면 31쪽에서 한 번 더 쓰는 식이다. 허세 가득한 단어를 한 번 써먹었다면 노트에 따로 목록을 만들어 두고 원고 한 페이지에 두 번 등장하는 일은 없도록 해라.
∞ 그다지 튀지 않는 평범한 명사/동사/형용사/부사라도 자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일부러 의도한 거라면 몰라도 웬만하면 가까운 곳에서 반복하지 않는 게 좋다._본문 149쪽

∞ 작가들은 And then에 지나친 애착을 보이는데, 대개는 then만 써도 무방하거나 아예 없애도 아무 상관이 없다.
∞ 작가들은 suddenly도 과하게 애용한다.
∞ He began to cry.는 He cried.와 똑같다. began to는 죄다 없애라.
∞ 내게 악몽과도 같은 문장은 이거다. And then suddenly he began to cry._본문 154쪽

대화체 문장을 이탤릭체로 표기하는 방식이 유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만 써야 한다. 우선 독자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읽으라고 대놓고 지시받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꼭 이탤릭체를 써야 대화문을 강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문장을 약간만 고쳐도 충분히 강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강조할 대목을 대화 중간에 넣어 다른 말과 뒤섞기보다 문장 끝으로 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한 번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어느 대가의 소설을 교열하면서 조심스레 열두 번 정도 이탤릭체를 적용한 적이 있었다. 내 딴은 뜻을 명료하게 드러내려는 의도였는데 저자는 매번 정중하게 거부했다(그녀가 옳았다. 저자들이 대체로 옳다. 탁월한 글을 교열할 때 따르는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저도 모르게 밥값은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쓸데없는 제안을 한다는 점이다)._본문 157쪽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다.
“저자가 본인 고유의 표기 원칙을 갖고 있다면 되도록 손대지 마시오.”
 깁스의 이 금언이 마음에 쏙 들었던 나는 이 글귀를 타이핑해서 대문짝만하게 인쇄해 내 사무실 문에 붙여 두었다. 그것도 복도 쪽을 향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때는 1995년, 비록 청춘은 저물고 있었지만 랜덤하우스에 갓 입사 한 풋내기 교열자이자 제작편집자로서 치기 어린 오만함에 취해 글깨나 읽을 줄 안 다고 착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양날의 검인 깁스의 경구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손대지 말라는 주문이 아니라 고칠 수 있는 권한으로 자주 오독 했고, 내가 터득하고 배우고 연마한 규칙들을 내 지식과 전문성의 축복을 받지 못 한 작가들에게 강요했다.
작가들은 내가 얼마나 밉살스러웠을까. (중략)
작가가 이어서 말했다. “교열자가 옳고 제가 틀리다고, 눈에 거슬려서 도저히 참고 봐줄 수 없는 데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제가 전적으로 인정할 테니, 다만 저자가 선호하는 방식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둬도 좋다고 허락해 주겠소?”
이럴 땐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는 저자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나를 휘어잡은 수많은 작가들이 지난 세월 동안 이미 간파했듯 나는 매력 공세를 펼치는 사람 면전에서는 호락호락하게 져 주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나는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잘 알고 있다.
“물론이죠” 하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연유로 작가의 뜻대로 수정 없이 『스트레이트 맨』이 출간되었고, 부러 저 문제적 표기를 찾아내 비난하는 서평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예의 그 문제적 표기가 또다시 책에 실리는 일이 없도록 갖은 애를 쓰는 본연의 소임으로 돌아갔는데, 왜냐면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진심으로 볼썽사납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_본문 161~164쪽

소리 내어 읽으면 어떤 강점이 두드러지는지 어떤 약점이 드러나는지 알 수 있다. 모든 글쓰기에 두루 통하는 요령이지만 글을 쓰는 작가가 됐든 글을 고치는 교열자가 됐든 특히나 소설 분야에서 유효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방법을 충심으로 권한다._본문 167쪽

grisly/gristly/grizzly/grizzled
gory crime피비린내 나는 범죄은 grisly(폭력 사건 등이) 소름끼치는와 어울려 쓰인다.
tough meat질긴 고기은 gristly(고기가) 힘줄이 많은와 어울려 쓰인다.
어떤 곰들은 grizzly bear(북미·러시아에 서식하는) 회색곰라고 불린다.
grizzly crime이라고 잘못 표기하는 경우(실제로 곰이 저지른 범죄라면 이렇게 써도 상관없겠지만)는 숱하게 많고 언제나 싱거운 웃음을 선사하지만 절대 피해야 하는 실수다._본문 250쪽

sensual/sensuous
sensual은 육체적인 감각과 관련이 있고 sensuous는 미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sensuous는 17세기 중반에 존 밀턴이 sensual과는 달리 성적인 함의가 전혀 없는 심미적인 만족감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단어다. 안타깝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이 둘의 의미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없고, 1969년에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였던 선정적인 도서 『관능적인 여자The Sensuous Woman』―밀턴의 원칙에 따르면The Sensual Woman으로 불러야 마땅하거늘―가 출간되는 바람에 이 같은 의미 차이도 영영 묻혀 버린 듯하다._본문 273~274쪽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Zbigniew Brzezinski즈비그뉴 브레진스키, Aleksandr Solzhenitsyn알렉산드르 솔제니친, Shohreh Aghdashloo쇼레 아그다슐루 같은 이름을 철자도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타이핑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만만해 보이는 고유 명사도 원고에서는 물론이요, 교열자와 교정자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최종 인쇄본에서도 잘못 표기돼 나오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하마터면 모르고 넘어갈 뻔한 오탈자와 최소 한 번은 인쇄 사고로 이어졌던 표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지난 수년간 나름대로 목록을 만들어 왔고, 모조리 자백하는 기분으로 이 장에 공개한다. 사실상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책의 탄생 배경이 된 목록이라 정서적으로 지대한 애착을 느끼는 바다. 그리고 이 목록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나지 싶다.
“단어가 대문자로 시작하면 무조건 사전을 찾아라”라고 말하고 이 장을 여기서 끝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_본문 280~281쪽

Pieter Bruegel the Elder 피터르 브뤼헐
철자를 그 누구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당대의 매튜 매커너헤이로 통하는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성을 Brueghel와 Breughel 두 가지로 표기해서 그럴 가능성이 높은 듯하다. 그의 장남 역시 이름이 Pieter인데, 주로 Pieter Brueghel the Younger라고 불리는 걸로 봐서 그도 이 집안의 성을 두고 헷갈린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어떤 철자를 쓰든 할 말이 있다는 얘기다._본문 283쪽

상표명에서 대문자를 소문자로 바꿔 쓰는 건 허용되지만 그 상표명을 동사로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록스가 만든 복사기 이름을 작가들이 동사xerox, ‘복사하다’라는 뜻처럼 쓰는 관행을 막으려고 교열자들이 (끊임없이 실패했지만) 끊임없이 애써 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구글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것을 ‘구글링googling’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란 더는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상표명을 동사로 써야겠다면―바람직한 관행이 아니므로 그렇게 써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소문자로 쓰길 권한다._본문 317쪽

equally as, equally as ~와 마찬가지로
as 또는 equally 중에서 하나를 빼라. 앨런 제이 러너가 작사한 〈마이 페어 레이디〉의 가사에는 “I’d be equally as willing for a dentist to be drilling/than to ever let a woman in my life내 삶에 여자를 끌어들일 바엔 차라리 치과 의사더러 이빨에 구멍을 내 달라고 하지”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 구절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뮤지컬 가사계의 대재난급 문법 오류 중 하나로 꼽히며 자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equally as도 눈엣가시지만 as로 바꿔 썼어야 할 than도 지탄의 대상이다. 공교롭게도 극중 이 노래를 부른 등장인물이 까다로운 문법 학자인 헨리 히긴스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한 재미를 더할 뿐._본문 330쪽

아인슈타인은 금언의 출처로 삼기 좋은 위인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명언이긴 한데 딱히 공개 출처가 없다 싶으면 십중팔구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이다. 마크 트웨인, 오스카 와일드(와일드의 명언이 수천 개에 달하는데, 그 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굳이 지어낼 필요가 있을까), 윈스턴 처칠, (와일드만큼이나 끊임없이 재담을 쏟아냈던) 도로시 파커도 마찬가지다.(이 외에도 순서 없이 나열하자면 랄프 왈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볼테르, 마하트마 간디,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쓴 단어 하나하나가 얼마나 쉽게 검색되는지도 모르고 주제넘게 터무니없이 끌어다 쓰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있다.)_본문 346쪽

게으른 작가들, 특히 비즈니스 및 자기계발 분야의 저자들은 희망을 주는 명구입네 하면서 자신들과 다를 바 없이 게으른 비즈니스/자기계발 분야 선배 작가들의 저서와 인터넷에서 뽑아낸 인용어구들을 자기네들 원고에 흩뜨려놓는데, 이게 결국 거름을 뿌리는 격이 된다.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는 교열자들이 이 같은 인용구들을 남김없이 찾아내 진위 여부를 확인하거나 출전과 대조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파리채로 메뚜기 떼를 물리치는 일이나 다름없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어쩌겠나.
진실로 둔갑한 거짓이 판치는―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은 서슴없이 날조라고 비방하는 전문 위증가들이 주로 앞장서고 있다―시대에 당부하는데, 행운의 쿠키 같은 농간을 고착화하는 이 따위 행태는 이제 그만두길 바란다. 무미하고 식상한 그런 말들이야말로 인간의 감수성을 훼손하는 원흉이며 독창성이라곤 없는 그런 아류들이야말로 문자의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_본문 347~3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