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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딛고 다이빙 (안 움직여 인간의 유쾌하고 느긋한 미세 운동기)
침대 딛고 다이빙 (안 움직여 인간의 유쾌하고 느긋한 미세 운동기)

저자: 송혜교 l 출판사: 동양북스 l 판형: 130x190 l 발행일: 2024.06.20 l ISBN: 979-11-7210-052-0 l 페이지: 248  

 

정가: 16,800원

 





어느새 내 안에서 보글보글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_이지상 중앙일보 기자

“이 책은 우리 같은 ‘안 움직여 인간’ 동지가 운동 쪽으로 한 발짝 내디뎠을 때
보이는 풍경이 어떻게 넓어지는지에 대한 고백이다.” _정문정 작가

“몸을 일으키게 하는 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웃으며 이 이야기를 읽자.” _조소담 전 닷페이스 대표


이 세상에 재미있는 운동이란 게 있긴 한가요?
안 움직여 인간의 느긋하고 유쾌한 미세 운동기
『침대 딛고 다이빙』은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완전히 끊어낸 과정을 담은 자전적인 에세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안 움직여 인간으로 정의했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게으름에도 계급이 있다면 성골이요, 안 움직이는 데도 수준이 있다면 1등급을 거머쥘 인재가 자신이라고. 하지만 의학적으로 신체 나이가 부모님 나이에 가깝다는 굴욕적인 진단과 마흔부터는 골골거릴 거라는 살벌한 예언을 듣게 되면서, 저질 체력의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을 스스로 구하고자 운동이라는 존재를 삶에 들여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타고나길 안 움직이는 인간이 하루아침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책에도 포기와 도전을 반복하며 다양한 운동을 전전하는 작가의 운동 순례기가 펼쳐진다. 정문정 작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기 싫은데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침대 딛고 다이빙』 속 송혜교 작가의 모습은 운동하기 싫어 뭉그적대고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우리의 모습과 똑닮았다.
<듣똑라>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습관을 전하던 이지상 중앙일보 기자는 “어느새 내 안에서 보글보글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라고 감상을 남겼고, 조소담 전 닷페이스 대표는 “몸을 일으키게 하는 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찬사처럼 침대 위에서 꼼짝하지도 않다가 몸을 움직이는 법을 잃어버렸다면 이 책을 덮을 때쯤 어느새 몸을 움직이고 싶은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강박적으로 다이어트에 매달리다 자기의 몸을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면 이 책에서 조금 더 건강해지기 위해 자신을 조금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어떤 운동을 좋아하세요?
모든 운동의 기본은 호흡이라고 했던가. 어떤 운동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저는 숨쉬기 운동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침대와 이불 사이에서 햄버거 패티처럼 누워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침대를 벗어나지 않으려 머리맡에 편의시설을 갖춰놓으며, 때로는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미룬다.
문득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이들처럼 안 움직이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태어날 때부터 눕는 게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기질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반복하다 보니 멋진 몸매 대신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얻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먹고사는 일에 매몰된 사람들은 구태여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보다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오늘 소진한 체력을 회복하는 데 몰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눕고 싶을 때 눕고, 일어서고 싶을 때 일어서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만 한다. 자의든 타의든 이대로 살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는 불안감이 파도처럼 엄습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애쓰던 이들도 결국은 운동 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랜만에 땀 흘리며 오운‘완’을 외친 뿌듯함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찾아온 근육통과 운동하기 싫은 마음에 빠르게 오운‘않’을 선언하고 다시 드러눕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편하고 재미있는 운동은 왜 존재하지 않는 걸까?


‘안 움직이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삶’에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기꺼이 움직이는 삶’으로
『침대 딛고 다이빙』은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완전히 끊어낸 과정을 담은 자전적인 에세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안 움직여 인간으로 정의했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게으름에도 계급이 있다면 성골이요, 안 움직이는 데도 수준이 있다면 1등급을 거머쥘 인재가 자신이라고. 하지만 의학적으로 신체 나이가 부모님 나이에 가깝다는 굴욕적인 진단과 마흔부터는 골골거릴 거라는 살벌한 예언을 듣게 되면서, 저질 체력의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을 스스로 구하고자 운동이라는 존재를 삶에 들여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타고나길, 길들여지길 안 움직이는 인간이 하루아침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책에도 포기와 도전을 반복하며 다양한 운동을 전전하는 작가의 운동 순례기가 펼쳐진다. 헬스장과 필라테스 학원에서는 근육통 탓에 빠르게 운동할 의지를 잃어버리고, 신문물이라 감탄하던 줄 없는 줄넘기는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하루 만에 손절하고, 박약한 의지를 끌어올리고자 미드 시청과 함께한 실내 사이클로 ‘삼 개월 지속’이라는 새싹 같은 변화를 경험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면서 페달을 밟지 않게 된 이야기들이.
정문정 작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기 싫은데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침대 딛고 다이빙』 속 송혜교 작가의 모습은 운동하기 싫어서 입으로만 고민하고 뭉그적대는 우리의 모습과 똑닮았다.


조금 더 건강해지기 위해,
나 자신을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안 움직여 인간’이었던 작가가 수영을 통해 조금씩 ‘움직여 인간’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일들은 감동적이다. 수영장 레인을 거뜬히 왕복하는 수영 베테랑 할머니를 만나 체력과 다정함이 넘치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고, 물속을 인어처럼 유영하며 형언하기 힘든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운동하고 싶을 때 운동하러 가기 위해 오랫동안 미뤄온 운전면허를 따고, 여행지에서 러닝을 하며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된다.

“침대를 딛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 후에야 알게 되었다. 건강한 삶은 언제나 침대에서 딱 한 걸음 떨어져서 내가 한 발짝 내딛기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운동의 고통 위에는 늘 몸을 쓰는 기쁨이 숨어 있다는 것도.”

『침대 딛고 다이빙』은 체력과 근력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기꺼이 적금을 들겠다고 말하는 안 움직여 인간들을 위한 책이다. 침대 위에서 꼼짝하지도 않다가 몸을 움직이는 법을 잃어버렸다면 이 책을 덮을 때쯤 어느새 몸을 움직이고 싶은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강박적으로 다이어트에 매달리다 자기 몸을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면 조금 더 건강해지기 위해, 자신을 조금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될 것이다.
<듣똑라>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습관을 전하던 이지상 중앙일보 기자는 “어느새 내 안에서 보글보글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라고 감상을 남기며 “일상에 지친 독자들이 이 책을 디딤돌 삼아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소담 전 닷페이스 대표는 “몸을 일으키게 하는 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웃으며 이 이야기를 읽자”라고 권했다. 그들의 찬사처럼 이 책을 읽고 함께 일어나자. 그리고 움직임 뒤에 오는 기쁨을 함께 즐기자.




 저자 소개 

송혜교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살던 작심삼일 경력직. 열다섯에 중학교를 자퇴한 뒤 집 안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는 삶이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달았다. 눕는 게 특기, 과로가 습관인 덕에 누워서 일할 때 가장 선명한 행복을 느낀다.
누울 수 있을 때 앉는 일이 없고, 앉을 수 있을 때 서 있는 일도 없다. 이 세상에 재미있는 운동 같은 건 없다고 철석같이 믿어 왔지만 그렇게 살다가는 큰일 난다는 조언을 듣고 운동에 재미를 붙여 보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비영리 활동을 하며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교육청 등에 교육 정책을 자문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단체 ‘홈스쿨링생활백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가이드 북』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hyegyouth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hyegyo




 추천사 

물에 젖은 식빵처럼 축 늘어진 채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덮을 때는 단전에 힘을 주고 정자세로 고쳐 앉았다. 그렇다고 책이 나를 다그친 건 아니다. 나는 그저 작가의 일상에 공감하며 책장을 넘기고, ‘젊은 친구가 이대로 괜찮을까’ 하며 작가의 체력을 걱정하다, 그의 유쾌함에 킥킥대며 웃기도 했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내 안에서 보글보글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일상에 지친 많은 분이 이 책을 디딤돌 삼아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나는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을 미루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꺼내 볼 생각이다.
_이지상 중앙일보 기자

책을 중간까지 읽었을 때 “어휴. 이 정도면 그냥 운동 좀 하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이 글은 거울기법으로 쓰인 거구나. 지금 내가 운동하기 싫어서 입으로만 고민하고 뭉그적대는 상태도 다른 사람이 보면 이렇겠구나.’ 이 책은 우리 같은 ‘안 움직여 인간’ 동지가 운동 쪽으로 한 발짝 내디뎠을 때 보이는 풍경이 어떻게 넓어지는지에 대한 고백이다.
‘안 움직여’ 인간답게 여러 운동을 짧게 전전하며 맛만 보던 송혜교 작가는 수영을 하게 되면서 힘들면서도 즐거운 것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기꺼이 하기 싫은 쪽으로도 움직여 보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바디 프로필을 찍을 것도 아니고 마라톤 완주가 목표도 아니지만 그저 일상에서 조금씩 더 건강해지기 위해 나를 조금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을 늘려 보자고 작가는 제안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내가 어제보다 더 나아지는 게 진짜 튼튼한 거니까. 이 책을 덮고 나면 오늘 당장 걷는 시간부터 늘리게 될 것이다.
_정문정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저자

우리는 오랫동안 몸과 싸웠다. 때로는 보기 좋은 몸, 생산적인 몸에 대한 강박에 시달렸고 때로는 움직일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제 우리는 다 버리기로 했다. 보기 좋은 몸, 생산적인 몸에 대한 강박을. 그런 걸 찬양하는 오래된 이야기는 너무 많다.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읽자. 낯설고 내 마음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이끌고 동네 수영장으로 가는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침대 딛고 다이빙』의 송혜교 작가는 당당하게 ‘안 움직여 인간’인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아침 수영을 갈 때 극한의 의지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부터 물리치료사인 친구가 자신의 몸을 보고 ‘환자를 만나러 왔나 싶다’며 놀란 이야기, 1분 뛰고 헐떡거리던 이야기까지. 스스로를 ‘안 움직여’ 인간이라 밝히지 못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같이 킬킬댈 만한 이야기이다.
그런 작가가 조금씩 ‘움직여’ 인간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일들은 사뭇 감동적이다. 수영장에서 레인을 다섯 바퀴 도는 수영 베테랑 할머니를 만나고, 여행지에서 러닝을 하고, 운동하러 더 쉽게 가기 위해 운전면허도 딴다. 작게 시작한 움직임은 세상을 새롭게 만나는 방식이 된다. 움직인 덕분에 평생 다이어트에 골몰했던 자기 몸을 새롭게 보게 되고, 움직이니 낯설고 다정한 얼굴들을 보게 된다. 더 움직이니 더 크게 모험하고 돌아올 체력이 생긴다.
몸을 일으키게 하는 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웃으며 이 이야기를 읽자. 그리고 같이 일어나자. 움직이고 또 움직이며 그렇게 아주아주 즐겁게 살자.
_조소담 전 닷페이스 대표, 『일잘잘』 공저자




 책 속으로 

또한 저질 체력은 끝없는 굴레처럼 삶을 속박한다. 운동을 안 하니 체력이 약한데, 체력이 약하니 운동하는 게 힘들고, 운동을 계속 안 하니 체력이 점점 더 약해지는 식이다. 이렇게 빈틈없이 견고하게 돌아가는 저질 체력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는 건 단순히 ‘마음먹기’만으로 뚝딱 해내기는 힘든 일이다.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만 하고, 돈을 버는 데는 대체로 꽤 많은 시간과 품이 들어가니까. 퇴근 후 운동은 고사하고 의자에 빨래처럼 널브러져 씻으러 갈 체력이 충전되기를 기다리는 게 누군가에게는 일상이다. _24쪽

이렇게 몇 년의 다이어트를 반복한 후 내게 남은 것은 딱 하나였으니, 그건 바로 멋진 몸매도 건강한 생활 습관도 아닌 ‘운동하기 싫은 마음’이었다. 나는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모든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어차피 조금 움직여 운동 효과가 없을 바에야 차라리 침대 위에서 꼼짝하지도 않겠다는 대쪽 같은 고집을 가진 자가 된 것이다. 그러니 어쩌다 가끔이라도 운동을 하게 될 때면 정말이지 죽상을 하고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도했다. _65~66쪽

가장 보편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운동이라는 헬스와 필라테스를 경험해 보고 나니, 운동의 즐거움에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
사실은 ‘운동은 재미있는 것’이라며 사람들을 세뇌하는 비밀 세력이 있는데, 나는 미처 그 음모의 대상자가 되지 못한 게 아닐까? 정말 이렇게 자신을 고문하는 게 재미있는 걸까? 아니면 다들 나처럼 죽을 만큼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몸은 하나뿐이며 이 몸을 평생 건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서 애써 운동의 재미를 찾기로 한 걸까? _88쪽

누워서 하는 운동이라. 이보다 더 나의 흥미를 끄는 건 없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누워 있는 게 기본값인 이 삶에, 운동 루틴마저 누워서 하는 것들로 채우게 되면 정말이지 이족 보행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게 될 것 같았다.
결국 고민 끝에 홈트 입문용으로 유명한 영상들을 하나씩 골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노트북 화면에 영상을 띄워 두고 방 안에서 열심히 몸부림을 쳤다. 침대에 누운 고양이 제제가 파란 눈동자를 굴리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나를 바라보았다. 한심하다는 표정이었다. 내 인생도 트루먼쇼처럼 생중계되고 있다면 지금이 하이라이트 아닐까? ‘송혜교쇼 웃긴 장면 5분 클립’ 같은 제목으로 돌아다니겠지. 시뻘게진 얼굴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_107쪽

그러나 이내 깨달았다. 이 모든 건 운동을 피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는 걸. 운동하지 않는 자신을 합리화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는 걸. 이것저것 재고 따지다가 어떤 운동도 시작하지 못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나는 운동할 수 없는 구실만 끊임없이 생각하다가 나 자신을 정말 ‘운동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거다. _116쪽

그러던 어느 날 항상 누워만 있던 내게도 뜻밖의 희소식이 찾아왔다. 나의 ‘누워 있기’를 진정 쓸모 있는 재능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게 된 것이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나에게 수영장은 신세계였다. 중력을 받아 축축 늘어지던 몸이 부력의 도움을 받으니 훨씬 자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하는 게 바로 ‘힘 빼기’이니까. 바른 자세로 발을 차고 팔을 휘젓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몸에 힘을 뺄 줄 알아야 잘 뜨고 잘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내 전문이었다. 나는 힘주는 걸 못하는 거지 힘을 빼고 가만히 있는 건 제일 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재능은 배영을 배우며 더더욱 빛을 발했다. _154쪽

예전의 나였다면 인터벌 트레이닝을 겨우 두 번 정도 마쳤을 즈음 헉헉대며 가로등을 붙잡고 멈춰 섰을 게 분명하다. 1분 동안 전력 질주를 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고, 마음만 앞세우다 발목이나 삐지 않으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뛰다 보니 조금씩 숨이 차는 느낌에도 익숙해졌고, 호흡도 안정적으로 변했다. 분명 힘들어 죽겠는데 계속 움직일 수 있었다. 20분이 지나자 얼굴을 간지럽히는 시원한 바람이 반갑게 느껴졌다. 그렇게 몇 번의 인터벌 트레이닝을 반복한 끝에 겨우겨우 호수 한 바퀴를 도는 데 성공했다.
아주 약소한 성취이지만, 오랜 시간 안 움직여 인간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엄청난 도약이었다. 비록 운동 좋아 인간이나 건강쟁이의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안 움직여 인간에서 덜 움직여 인간으로 발전했다는 건 큰 성과다. ‘내게 필요한 건 근력이 아니라 지성’이라고 우기던 시절도 조금씩 저물어 가고 있었다. _210쪽

나는 오랫동안 ‘고통 끝에 얻게 될 건강’은 외면하고 ‘침대 위에 있는 행복’만을 좇았다. 건강과 행복이 나란히 놓일 수도 있다는 걸, 힘들면서도 즐거운 것이 존재한다는 걸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내게 건강한 삶은 전설 속 보물섬 같은 거였다. 어디쯤 있는지, 정말 닿을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 의지도 생기지 않았다.
침대를 딛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 후에야 알게 되었다. 건강한 삶은 언제나 침대에서 딱 한 걸음 떨어져서 내가 한 발짝 내딛기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운동의 고통 뒤에는 늘 몸을 쓰는 기쁨이 숨어 있다는 것도. _2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