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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비즈] [신간]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영어 책
글쓴이 운영자 작성일 2024.04.01 조회수 121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영어 책./동양북스 제공

이 책은 ‘이런 완벽한 영어 실력을 갖고 싶지 않냐’는 식상한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아니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는지, 혹은 영어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책을 쓴 목적은 “영어 공부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해외여행 가서 몇 마디도 꺼리는 사람부터 영어를 잘하는 사람 모두 포함이다.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니라, 충분한 데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즐거움이 된다. 영어라는 ‘덕질’에 빠진 저자가 외국어를 공부하는 은밀한 즐거움을 그려나간 책이 나왔다.

신간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영어 책’은 ‘어른의 외국어 공부는 달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책은 영어 만능주의를 반박하며 자신에게 맞는 목표, 방법, 속도를 찾아가는 실험부터 권력이 된 영어에서 자유로워지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책은 저자의 외국어 공부와 함께 해 온 삶에 대한 이야기다. 20대에 처음 국제선 비행기를 타봤다는 그는 “영어 때문에 고생을 해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영어 실력이라는 건 없다”고 말한다. 남들에게 증명할 수 있을 만한 무언가, 즉 시험 점수나 등급 같은 걸 실력이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능 영어, 토플 등 영어 시험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처음 국제선 비행기를 탔을 때 안내 방송도 승무원 말도 못 알아들었다. 미국에선 자신이 지금까지 접해온 영어와 시험 밖의 영어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유학 중 새롭게 영어를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과 속도를 찾아 공부하며, 중년이 넘은 지금까지 끈질기게 영어와 함께해 온 과정을 담은 기록이 이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외국어를 대하는 차원이 다른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단지 영어를 잘 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평생 영어가 즐거워지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작심삼일에 그치는 외국어 공부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시험’이 아닌 ‘언어’로서의 외국어는 절대 끝이 있는 과제일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어 공부의 ‘재미’를 찾아야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영어 공부의 본질은 무엇일까. 20년 넘게 영어로 읽고 쓴 저자에게서 화려한 답을 기대하진 말아야 할 것이다. 정작 이 책은 독자들에게 쉽게 조금만 배워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가성비 영어 공부법을 소개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영어 공부를 지독하게 꾸준히 해 온 저자는 영어 공부의 본질은 ‘그냥 하는 것’이라는 다소 싱거운 답을 내놓는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영어를 차갑게 대할때 각종 염려와 불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영어에 대해)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단순한 본질을 인정하게 됐다”면서 “이런 냉정함에서 시작해야 지속하는 열정이 생긴다”고 말한다.

박혜윤 지음ㅣ동양북스ㅣ223쪽ㅣ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