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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아파트신문] [윤필의 수요책방] 오늘도 세상 곳곳서 기적이 일어난다
글쓴이 운영자 작성일 2023.11.22 조회수 614
[윤필의 수요책방]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프롤리안 아이그너 지음/동양북스)


우리는 과학의 발달 덕분에 수백 년간 신의 뜻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구름이 생성되고 천둥 치고 비가 오는 이유를 알며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최신 장비와 데이터를 통한 예측으로 비교적 적중률이 높은 내일의 일기도 예보할 수 있다. 이것들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에는 정해진 법칙, 혹은 나름의 룰이 있다는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운칠기삼(運七技三), 우연이 7할이고 노력이 3할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이뤄지지 않거나 노력을 들이지 않았는데 운 좋게 어떤 일이 성사되는 경우를 봤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양자물리학자인 저자는 성공과 우연의 상관관계를 과학의 잣대로 들여다본다. 

우연과 관련이 가장 큰 분야가 진화의 영역이다. 지금 숨을 쉬는 것은 수많은 우연의 연속된 결과물이다. 부모님이 어떤 유전자를 물려주었는지는 순전히 우연이다. 우리 세포에는 23개의 다양한 염색체가 있고 모두 한 쌍으로 이뤄져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염색체는 매번 새롭게 조합되기 때문에 우리의 DNA에는 부모는 물론 조부모의 유전자가 담겨 있다. 저자는 “과학적으로는 우연히 조합된 800MB 곱하기 2의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삶을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을지 여부는 셀 수 없이 많은 우연한 사건들에 달려 있다”고 덧붙인다. 

매주 엄청난 운이 작용해 로또에 당첨되는 사람들이 나온다. 만일 로또 당첨자가 자신이 로또 번호를 선택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당첨됐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오류는 살아가면서 어이없을 정도로 자주 볼 수 있다. 우연과 자신의 성취를 혼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우연은 행운과 함께 위험도 동반한다. 위험 회피를 위해 보험을 들거나 삶의 안전판을 다양하게 만든다. 돈을 지불하면 보험사나 금융회사가 대신해서 예기치 못한 위험을 떠맡는다. 반면 카지노에서는 위험을 높이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우연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우연을 키우는 것이다. 도박에서 숨은 법칙을 찾아내려는 사람이 항상 있다. 그렇지만 우연은 정말 우연일 뿐이다. 한 번의 행운을 숨은 법칙이라 믿으면 결국 패가망신뿐이다.


한두 번 우연이 잘 되면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루틴이나 징크스(jinx)도 마찬가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나는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는 우연이지만 선수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부르기 위해 행동을 반복한다. 이런 규칙을 만들어 내고 믿는 것이 소용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인간의 본성이다. 이런 행동이나 느낌이 강박이 되거나 위험을 부르면 진짜 문제가 된다.

어떠한 사건이 우연이라고 느끼는 것은 누군가가 있어야 성립된다. 우주 전체에 행성도 없고 생명체도 없다면 우연이라는 개념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연은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과학적 시선으로 보면 기이한 현상이다. 확실한 자연법칙과 예측 가능한 범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연은 존재하며 삶을 언제든지 새로운 방향으로 휘몰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실패를 조금 더 편안하고 너그럽게 대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연은 특성이나 규칙이 아니지만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고 앞으로 보이지 않는 혼란 속에서 다채로운 미래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 곳곳에서 날마다 놀라운 기적들이 일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공했다고 우쭐하거나 실패했다고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 ( http://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0473 )